들어가며
예상치 못한 이유로 약 4~5개월의 공백이 생겼다. 처음엔 계획에 없던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면 내가 어떤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가장 깊이 고민했던 시기였다. 이 글은 그 시간을 정리하는 기록이다.
상황 정리
회사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퇴사하게 됐다. 법적인 절차를 밟으며 처음으로 고용 관계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직접 경험했고, 이 업계에서 어떤 환경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억울한 감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시간 덕분에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무엇을 했나
초반엔 바로 구직에 뛰어들지 않았다. 대신 평소에 미뤄뒀던 공부와 개인 브랜딩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건 시간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막연하게 "열심히 해야지"로는 흐트러지기 쉽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상은 오전 6시, 마무리는 오후 5시로 고정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내 생활 패턴에 맞는 시간대를 찾은 것이었다. 이 루틴 덕분에 하루를 낭비했다는 감각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1. 정보처리기사 취득
기능사 자격증이 있었고 실무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전략은 단순했다. 새로운 걸 공부하기보다 시험에 나오는 패턴에 익숙해지는 데 집중했다. 실기 문제를 반복해서 풀며 출제 흐름을 파악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오래 미뤄왔던 자격증인 만큼, 이번에 확실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후련했다.
2. AWS 자격증 취득
처음엔 유데미 강좌를 결제했는데, 솔직히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AI를 활용해 문제 하나하나를 직접 해석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실제 서버를 띄워보고 CI/CD를 구성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개념을 새로 쌓는다기보다 시험 문제와 실무 경험을 연결하는 작업에 가까웠다.
3. 알고리즘 레벨업 — 골드 4까지
이 기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부분이다. 하루 8시간 이상 알고리즘만 들여다봤고, 초반에는 일주일에 한 단계씩 등급이 올라갈 정도로 집중했다.
백준 단계별 문제풀이를 기반으로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문제가 쉬워서 하루에 한 파트씩 빠르게 치고 나갔다. 문제가 어려워지면서는 속도보다 이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가장 크게 바뀐 건 문제를 보는 시각이었다. 예전에는 문제를 읽자마자 코드부터 짰다. 틀려도 일단 짜고 보는 식이었다. 그러다 알고리즘 접근법을 다룬 영상들을 보면서 방법을 바꿨다. 코드보다 먼저 아이디어를 잡고, 시간 복잡도를 계산해서 제한 시간 안에 풀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자료구조를 고르는 순서로. 이 흐름을 정리한 내용을 블로그에도 따로 기록해뒀다.
알고리즘 문제 뇌구조 변경하기(feat. +회고)
알고리즘 문제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아래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sd5B27uJM 그리고, 알고리즘을 푸는 방법에 대해서 뇌구조를 다음과 같이 세팅해보고자 합니다. 1.
min-99.tistory.com
이렇게 접근하니 문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제한 시간 1초, N 최대 100,000'이라는 조건이 단순한 제약이 아니라 "O(N²)으로는 안 되니 다른 방법을 찾아라"는 설계 요구사항으로 읽히게 됐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일정 시간 고민한 뒤 답을 보는 방식을 택했다. 단, 답을 보고 끝내지 않고 내가 어떻게 생각했어야 했는지를 오답노트에 남겼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AI의 도움에 의존하던 초반과 달리 스스로 접근 방향을 잡는 감각이 생겼다.
알고리즘 수업도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됐다. 코딩 테크닉보다 알고리즘 이론 위주의 수업이었는데, 덕분에 왜 이 상황에서 이 알고리즘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사고 방식이 생겼다. 이론이 실제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공부 자체가 재미있어졌다.
중간에 알고리즘 대회에도 참가했다. 못 푼 문제도 많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성장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게 생각보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요즘 "알고리즘은 AI가 대신 해주니까 굳이 공부할 필요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직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알고리즘을 왜 선택해야 하는지, 코드가 성능 측면에서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재 목표는 2026년 안에 백준 단계별 문제풀이를 완주하는 것이다. 골드 4까지 온 만큼,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다.
나머지 성취들
4. 기술 블로그 딥다이브 시리즈 — CS 지식을 다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5. Claude Code 학습 — AI 코딩 도구를 실무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탐색했다

6. 학점 향상 — 전 학기 대비 성적이 크게 올랐다
7. 개발 환경 개선 — 오래된 기기를 정리하고 새 아이패드 프로로 공부, 업무 환경을 정비했다
쉽지 않았던 순간들
중간에 교통사고가 연달아 나면서 몸이 불편한 시기가 있었다. 책상에 앉아있기 힘든 날에도 목표한 것들을 놓지 않으려 했다. 거기에 주변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까지 겹치면서 멘탈이 꽤 흔들렸다.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일이 겹치나 싶어서 세상이 나만 골탕 먹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아버지가 해줬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세상 모든 일은 내가 해석하기에 달렸다."
어떤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결국 그 시간의 의미를 결정한다는 걸, 그 시기에 몸으로 배웠다.
새로운 환경에 대하여
이번에 합류한 회사는 재택 근무에 자율성이 높은 문화를 갖고 있다. 자율적인 환경은 양날의 검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기상 시간, 식사, 활동량 같은 것들을 스스로 챙겨야 하고, 자칫하면 나태해지기 쉬운 구조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은 컨디션이 좋다.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옆에서 늘 배를 까고 자는 강아지가 있고, 필요하면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환경이 은근히 안정감과 집중도를 높여준다.
복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처음부터 기대가 크지 않았다. 특히 무제한 휴가는 회의적이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는 곳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면서 실제로는 일이 진행된다라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합류해보니 달랐다. 작지 않은 규모임에도 동료들이 일을 잘하고 싶어하고, 더 잘하려는 의지가 피부로 느껴졌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그 제도가 다르게 작동하지 않을까 싶었다.
휴가 승인 절차가 아예 없다. 신청하면 그냥 된다.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막상 마주치니 꽤 낯설었다. 많은 회사들이 자유로운 휴가 사용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결재선이 있거나 내부적으로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인 경우가 많았다. 말과 실제가 다른 걸 여러 번 보다 보니 이번에도 비슷하겠거니 했는데, 진짜로 그냥 되는 걸 경험하고 나서야 실감했다. 제도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성이 높아진 만큼, 오히려 소통과 조율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먼저 다른 팀원의 입장을 헤아리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신뢰하며 일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자율성이 나태함이 아니라 주인의식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처음이다.
AI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도구 비용을 지원해주고, 자체 워크샵이나 교육을 통해 실무에 녹이는 시도를 함께 하고, 서로 결과물을 공유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앞으로의 목표
1.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는 것이 목표다. 팀에 기여하는 방식은 코드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2. 기술 블로그 꾸준히 운영하기 기술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할 예정이다. 개발하면서 공부한 것들, 스스로 탐구한 기술적인 내용들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싶다.
3. 알고리즘 스터디 마무리 백준 단계별 문제풀이 섹터를 모두 클리어하는 것이 목표다. 골드 4까지 올라온 만큼,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
4. 학점 관리 유지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구조를 올해도 유지해야 한다. 지난 학기의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마치며
4~5개월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계획대로 흘러간 시간은 아니었지만, 돌아보면 내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는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확인한 시기였다.
몸이 불편한 날에도, 주변이 어수선한 날에도, 결국 목표한 것들을 하나씩 이뤄냈다. 그 사실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글은 끝을 선언하는 글이 아니다. 새로운 환경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는 시점에, 지나온 시간에 한 번쯤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고, 꾸준히 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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